2008년 08월 04일
8월 5일 촛불문화제, 반미시위 아니다.

부시 방한 반대가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재협상 요구로
8월 5일 촛불문화제에 이 달 들어 최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미국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규모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5일 오후 5시 30분 보신각에서 "부시 out! 명박out! 공동행동" 행사에 이어 오후 7시에는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부시방한반대! 이명박 심판!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것이라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부시 행정부의 책임을 같이 뭍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이고 보면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하여 부시 행정부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8월 5일 촛불문화제를 "반미투쟁"으로 규정하고 국론의 분열과 국가 위신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국민일보의 경우는 {"반미"-"친미"로 두쪽 난 대한민국}이라는 기사를 통해 양쪽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이 "부시방한환영 애국시민연대"를 구성해 같은 날 대규모 부시 환영집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반미집회"와 "친미집회"가 400m의 거리를 두고 공존하는 형태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얼마전부터는 촛불문화제에서 '부시 out', '부시 반대', '부시 방한 반대', '미국 반대'와 같은 구호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같은 보수 단체들이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에 대해 무개념적인 환상을 갖고 있는 맹목적 '친미'세력이라는 규정에는 일정 동의한다. 또 그런 인식의 토대에서 '부시 방한 환영', '해병대 전우들이여, 조국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우리가 나설 때'와 같은 선정적 구호를 외쳐대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미래에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촛불문화제가 "반미"라고 하는 규정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맹목적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을 수는 있지만, 대체로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의 양 주체인 MB정부와 Bush 행정부에게 책임을 뭍고, 국민의 건강권 실현과 검역주권 확립을 위한 재협상 실시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미", "친미"라는 문구는 이미 정체성이 없는 구호이다. 미국을 반대한다는 구호에는 반대의 내용도, 반대의 대상도 명확하지 않다. 부시 행정부의 전쟁정책을 반대한다거나, 부시 행정부의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구체적인 어떤 정책을 반대한다거나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친미'라는 문구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친해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부시가 방한 하는 것이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단체들의 맹목적 친미에는 이미 내용이 없음이 드러나긴 했지만 말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에 반대하려면 무엇이 문제인지 적시해야 한다. 부시 방한 반대가 아니라 부시가 무엇을 잘못했는 지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정상이 타국의 정상을 방문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로 자리잡은 이 때에 무조건 '부시 방한 반대'를 외친다면 '부시 방한 환영'을 외치는 세력과 하등의 차별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8월 5일 촛불문화제는 쇠고기 수입 관련 재협상 요구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우리의 검역주권을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통해 어떻게 침해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또한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MB정권과 함께 우리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협상을 맺은 부시 행정부의 공동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와 같은 요구들을 총체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재협상 실시"외에는 없다. 부시 반대, 미국 반대가 아니라 "쇠고기 수입 관련 재협상 실시"가 맞다는 것이다.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친미세력은 맹목적이라 국민들의 합리적인 동의를 얻지 못하며, 반미세력은 분단구조를 가벼이 여겨 전쟁세대에 반감을 일으킨다"라 말했다. 분단구조라는 특수한 객관적 조건 때문에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구체적인 조건들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쉽게 내뱉는 구호가 전쟁세대에 대한 반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반감도 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언론의 국론분열론, 좌/우 대립론 따위가 횡횡하지 않을 수 있도록 촛불문화제가 지혜롭게 진행됐음 한다.
# by | 2008/08/04 19:37 | socialist | 트랙백(2) | 덧글(0)








